본문 바로가기

일상

종합선물세트(?)

밤 11시 45분 쯤 도어벨이 울린다.
택배 아저씨가 낑낑대며 커다란 아이스 박스를 내려놓는다.
여수에서 보내신 거다.(어린이날 선물이 될뻔 했으나 택배가 쉬는 관계로,
어버이날 어머님께 받은 종합선물세트(?)가 되어버렸다. ㅡ,.ㅡ;;)

어머니는 냉동된 식품들 걱정에 벌써 3번째 전화를 하신다.
누룽게이 또한 혼자서 그 많은 식품들을 정리하기엔 엄두가 나지 않기에 걱정한다.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손도 크시고, 고모들, 작은 아버지들에게 숱하게 보냈던 경력이 있는지라..
두 식구 먹을 분량이 아니라 정말 3대가 사는 대가족이 2주 이상은 족히 먹고도 남을 분량이다.)
 
저번에도 둘이 낑낑대면서 한번 먹을 분량씩 나누어 담아 냉장고에 넣고 치우는데 2시간이 족히 걸렸다 ㅜㅜ;
해서 어머니가 택배 부치신다고 하면 "조금씩만 보내세요!" 라고 신신당부 하지만, 당신 성엔 안차신가 보다.
"쬐~금씩 밖에 안 넣었다. 그라고, 자주 보내주는것도 아닌디, 그냥 냉동실에 넣고 오래묵어라!" 하신다.

가뜩이나 당신 손주를 가진 누룽게이에게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맛난것도 못 사주고, 미안타!" 하시며
이번엔 더더욱 많은 음식과 그것도 부족했는지 맛난거 사먹으라고 돈 까지 누룽게이 계좌로 입금해 주셨다.

아이스박스를 열어보니 비닐에 꽁꽁 묶은 식품들이 가득이다. (옥신각신 하시면서 어머니, 아버지가
포장을 하는 모습이 상상이 간다.)
녹을까봐 아이스 팩까지 넣어서 보냈는데도 날이 더워서 조금씩 녹았다.
어버이날이라서 밀려서 그런지, 배달이 너무 늦게 왓으니 원. ㅡ,.ㅡ

와우! 그 종류를 세어보니 20가지다.
김치 2종류(배추김치, 갓김치), 국거리용 소고기, 장조림, 굴, 조갯살, 관자, 새조개, 새우살,
밴뎅이젓갈, 동그랑땡용 다진재료, 마늘쫑장아찌, 데친마늘쫑, 미역자반, 다시마조림, 멸치볶음,
뱅어포볶음, 상추, 부추, 당근까지


헉, 다 치우고 나니 새벽 2시가 넘었다.
배부른 소릴지 모르지만, 주시는거 정리하는 것 만도 너무 힘들다.

다음날 아침, "잘 먹겠습니다."라고 전화를 하니, 어머님의 설명이 장황하다.
"소고기는 누룽게이 미역국 끓일때 넣고, 조갯살은 부추랑 같이 부침개 해서 먹고,
밴뎅이 젓갈은 선물 들어왔는데, 니들 상추에 싸서 먹어 보라고 보냈다."
"헉 너무 많이씩 보냈어요! 두 식구가 얼마나 먹겠어요?" 하니
"그래도 자주 보내는것도 아닌디 냉동실에 넣어놓고, 두고두고 묵어라~" 하신다.
"동그랑땡용 다진재료는 몇 개씩만 부쳐서 묵고, 미역자반은 식탁에 올려두고 누룽게이 심심할때 마다
먹으라케라!, 임산부는 멸치랑, 뱅어도 꾸준히 묵어야 한다. 잘 묵어라"
하신다.
"어후 이 많은 걸 하느라 돈도 많이 들고 일주일은 족히 걸렸겠네?" 햇더니
"그라믄, 미역볶다가 손도 데었다." 라는 말씀에 죄송스럽고 또 죄송스럽다.

매달 용돈을 드리는 것도 아니고, 행사(?)가 있을때 마다 조금씩 부쳐드리는 용돈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오는거 같다. oTL ;; 부모맘이란 이런걸까...

"잘 먹겠습니다! 이 사랑을 어떻게 보답할지....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크릴 장식장 만들다  (8) 2007.06.04
스팀청소기 구매기  (2) 2007.06.01
처가식구들  (1) 2007.05.07
농사장비??  (1) 2007.05.07
개구리 가지고 놀기  (4) 2007.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