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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비엔나 [여행 2일째]


시차적응을 못해서 그런지 새벽 4시 20분에 눈이 떠졌다.
민박집에서 1유로짜리 쌀(4인분가량)로 밥을 하고 고추참치와 비행기에서 가져온 고추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한국에선 이제 침대에서 눈을 뜰 시각인 7시 30분경 거리로 나오니 가방을 메고 학교가는 애들과 출근하는 사람들로 한국과 비슷한 풍경이다. 남들이 출근할 때 하루 월차를 내고 쉬는 날이 꿀맛인것 처럼 출근해서 일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며 낯선 땅에서 따뜻한 밥으로 배를 채우고 거리를 걸으니 아주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말이다.

 

1일권이 아닌 24시간 티켓을 사서 성슈테판 성당으로 출발
건축양식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는 그냥 웅장하고 하나하나 조각된 돌들이 멋지다 정도로 느껴진다.
화요일 아침인데도 출근하기전에 아침미사를 드리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남탑과 북탑에서 전망대로 올라가면 비엔나 시내풍경을 볼 수 있다는데 너무 일찍 오는 바람에 문이 닫혀있다. 성당 주변은 마차를 이끄는 말들로 인해 말똥냄새가 진동을 한다.(나중에 이야기할 산토리니에 비교할바는 못되지만 ㅡ,.ㅡ)

 

신왕궁으로 이동 중 윤경이 배가 또 발동이 걸린다. 신왕궁 앞에 유료 간이 화장실이 있으나 겉모습을 보더니 놀라서 볼일을 보지 못하고 안절부절한다. 지금의 신왕궁은 도서관으로 여러사람들이 이용하는거 같다. 신왕궁 옆에 구왕궁을 찾아도 보이지 않아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을 기준으로 구왕궁을 찾으려 헤맸으나 바로 눈앞에 있었다. 신왕궁보다 웅장하지도 않고 들어가보지 않았기에 별 감흥 없었다.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으로 이동
미술사 박물관만 보기로 합의하고 입장했다. 몇번의 여행으로 느낀거지만 유럽은 박물관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는거 같다.(한국에선 박물관을 간 회수가 손에 꼽을 정도지만ㅡ,.ㅡ;) 짐을 보관하는 코인락커며, 각각의 작품마다 번호가 있어서 부연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 시스템등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보다 커지는 않지만 그래도 커다란 박물관이다 보니 짧은 일정에 아니 몇 시간만에 많은 그림을 보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작품에 대한 지식없이 그저 여행책자에 나온 설명을 보고 찾아다니는 숨은 그림찾기정도의 관람은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그래도 '유럽여행백배망치기'(원제 유럽여행백배즐기기- 여행고수들은 이렇게 부른다. 대부분 론리플래닛 영어판을 가지고 다님)에 나온 그림들은 다 찾아본거 같다.

* 루벤스의 모피를 입은 여인 - 루벤스의 아내를 사실적으로 그린거라지만 뱃살이 풍성한(?) 여인은 내 눈에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는데 명화라 지칭한다니 인정할 수 밖에..
* 주세페 아르킴볼도[Giuseppe Arcimboldo(1527~93)]- 과일로 표현한 여름과 나무로 표현한 겨울 양초따위로 표현한 불, 물고기등으로 표현한 물 그림에 필이 꽂힘. 어디선가 본듯한 그림


* 이미지는 우리지미님 블로그에서 퍼옴

 

* 마르가리타 테레지아 3세 초상화를 오디오 가이드 헤드폰(영어, 무료)으로 들었는데 꽃병을 투명하게 그렸다는 이유에 대해서 짧은 영어실력으로 들은거 같은데 윤경이 자기는 그런거 못 들었다구 해서 6-7번을 반복해서 들으며 본의 아니게 영어공부를 하였다. ㅡ,.ㅡ 결국 윤경 승 잠깐 꽃병만 언급한거라고..

*문제의 마르가리타 테레지아 3세

 

2시간이 지나자 점점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서 이제 나가려는 나에게 윤경이 옆에서 투덜댄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는거면 앞으로 보지 말자구' 하지만 그 많은 작품을 공부하기엔 시간과 열정을 들여 완벽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것이다. 여행은 준비하고 공부한 만큼 보고 느낄수 있다는 사실을~~ 그러기에 박물관보다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원이나 시장, 조그마한 동네등이 우리에겐 더 재미있고, 배낭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주는거 같다는데 윤경과 난 동의한다.

 

배가 고파서 찾아간 빈 대학의 학생식당
오스트리아의 전통음식인 슈니첼을 싼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 하고 찾아갔으나 1층의 조그마한 매점만 발견하고 허탕을 쳤다.(나중에 만난 여행자의 정보에 따르면 대학 7층에 있는데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했다나...) 졸업식인지 수료식인지 모를 파티로 와인을 부딪히며 맛난 음식들을 먹는 녀석들을 보니 우리 신세가 더 처량해 보였다. ㅠ,.ㅠ 결국 포기하고 빵과 피자를 사서 빈 시청사 앞 공원(?)에서 점심을 대충 해결했다. 벤치에 앉아 간만에 MP3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를 들으며 여유를 즐겼다.  

오후 쿤스트하우스 빈으로 이동
훈데르트바써(Hundertwasser)에 대한 사전지식이 별로 없었던 고로 나는 별 기대를 안했다. 막상 건물도 그져 곡선의 모자이크 처리된 디자인이려니 싶었다. 또한 입장료도 9유로로 꽤 비쌌기에 탐탁치 않았으나 한달 앞서간 처형이 본 그림과 기념품가게에서 대충의 작품들을 보고 결정하자는 나의 잔머리로 들어가기로 결정하였다.
이쁜 옥외 까페와 곡선으로 울룩불룩한 바닥, 멋진조각 티켓부터 심상치 않다.
처음 화가에서 건축가로 이직(?)한 바써는 사람과 집, 도로등 일상의 소재로 멋진 색감과 선으로 우리를 매료 시켰다. 문득 스페인의 가우디와 비교가 되지만 가우디와는 다른 묘하고 환상적인 매력이 있다. 그의 작품들에서 백수라는 낙관의 한자나 색감들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게 아닌가 하고 봤더니 역시나  일본여자와 결혼한 경력도 있는걸 보니 영향을 받은거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나 나옴직한 형형색색의 건축물들을 보면서 왜 우리나라엔 이런 사람이 없을까 하는 한숨과 일본의 화풍에 영향을 받은 고흐도 그렇고 일본이 그렇게 대단한가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의 화풍의 영향을 받았으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1달전에 먼저 다녀간 처형의 방명록을 찾아보고, 흔적남기고 사진찍기를 끝내고 훈데르트바써 하우스앞에서 걔기다가 시립공원으로 이동하였다.

* 훈데르트바써하우스 전경

* 몰래찍은 그의 작품중 하나

* 한달전 간 처형의 흔적을 찾아서

시립공원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내일 아침을 위해 슈퍼마켙에 가서 장을 보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트램을 잘못타서 반대방향으로 갔다가 헤매는 사이 옆에서 윤경이 계속 구박한다. 여태 길 잘 찾아다니다가 집에 다와서 숙소를 못찾고 헤맨다고. 한참 헤매다 우리가 처음온 크벨렌 플라츠를 윤경이 알아보고 숙소 옆 슈퍼를 들어간 시간이 저녁 7시였다.

장 볼 시간은 30분, 아침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과일을 고르는데 점원이 뭐라고 하는데, 대충 문 닫을 시간이니 빨리 나오라는 소리같다. 샌드위치에 들어갈 소스를 찾지못해 점원에게 물어봐서 대충사서 계산대로 오니 우리밖에 없다. 과일을 사야하는데 우리나라 대형마트처럼 각각의 과일에 따라 저울을 달아서 판매하나 사용법을 몰라 그냥 비밀팩에 넣어서 그냥 가져오니 달아오라구 하는거 같은데 우리도 그쪽도 영어를 잘 못하니 옆에 있던 점원이 답답한지 자기가 직접 가서 달아온다. 점원들이 영어를 다들 잘 못하는거 같았다. sorry 를 연발하며 겨우 장을 보고 숙소로 들어왔다.  

오늘도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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