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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낀것

百見이 不如一行이라~~~

연일 계속 되는 촛불집회 소식을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접하있다.
특히 오마이뉴스아고라, 아프리카를 통해 1시간에 한번씩 새로운 소식들을 보느라 제대로 일을 못한다.
(누군가 "너도 '키보드워리어-댓글로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 냐?"고 묻는다. ㅡ,.ㅡ)내가 딱 그꼴이였다.
아프리카에서 내보내는 실시간 촛불집회 생방송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울컥하고 편안히 앉아서 지켜보는 입장이 죄스러워서 못보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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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오마이뉴스



매번 '공동육아'를 주장하는 누룽게이와 하람이 덕택(?)에 그제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주룩주룩 비가 오는 중에도 불구 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비옷을 입고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이날은 특히 '이명박 취임 100일'이라는 의미(?)있는 날이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노총의 간부가 외치는 '정형화된 정권타도'의 외침보다, 20대 대표라고 나온 평범한 여성의 자유발언대의 서툰 말들이- '100일이 100년 같다', '이제 100일 지나 4년 7개월이나 남았는데, 4년 7개월이 지나 100일만 남았으면 좋겠다' - 더 공감이 가고 가슴깊이 와 닿는다.

앉아서 차분히 외치는 사람, 일어나서 큰 목소리로 외치는 사람,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팔짱을 꼭 낀 모녀사이, 유모차에 갓난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 넥타이를 메고 동료들과 함께 나온 회사원들, 함께 우산을 쓴 연인, 홀로 묵묵히 서류가방을 옆에끼고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 등 이런 시민들을 보고도 배후세력을 운운하는 정부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을 보고 정말 외치고 싶다. 일견이 불여일행이라 나와서 동참해보라고....

주변에 떨어진 휴지들을 줍는 사람들, 쓰레기 봉투를 준비하고 있다가 다 떨어진 초를 수거하는 사람들, 비옷위에 노란 조끼를 입고 의료봉사를 하는 사람들, 너도 나도 시민기자가 되어 그날의 현장들을 사진으로 찍거나, 캠을 들고 노트북에 연결해서 바로바로 생중계를 하는 사람들, 장시간 집회에 힘든 시민들을 위해 김밥과 물등을 준비비해 준 사람들, 이들이 다 우리 국민들이다.


우린 그날 서대문 경찰서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청수 사퇴'를 외치며, '연행자 석방'을 외쳤다.)
도로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차서 차 한대 없는 상황이였다.
사람들이 도로 한쪽에 오토바이를 둘러싸고 서있다. 오토바이 한대가 빵~ 소리를 내며 가로 질렀나 보다.
몇몇 울컥한 시민들이 뭐라고 하자,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사람도 열받았는지 얼굴이 달아오른다.
멱살을 잡고 큰 싸움이 났다면, 그 젊은 오토바이 기사는 큰 봉변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이 '비폭력! 비폭력!'을 외친다. 누군가는 '푸락치'라고도 한다. 그래도 오토바이 기사를 보내준다. 빵~ 소리와 함께 도망가듯 휭~ 사라져버렸다.

예전 학생운동하던 시절에 이런 상황이였다면, 오토바이 기사는 살아남지 못했을것이다.
그 정도로 이번 촛불집회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지고 비폭력을 외치며 참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후세력 운운하면서 시민들을 무차별 폭력적인 진압과 물대포로 맞서는 '이명박정부'를 용서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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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버스에 붙은 불법주차 스티커들(사진출처:오마이뉴스)



이날 난 10시 30분까지 집회에 참석했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큰 충돌없이 11시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헤어졌다고한다.
집에 와서 누룽게이가 "그렇게 가고 싶던 촛불집회 참석해서 좋았어?"라고 물어본다.
"처음 집회 참석에 몇 시간만 있어도 이렇게 목이랑 다리도 아프고, 춥고 배도 고픈데, 매일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 늦은 새벽까지 물대포를 맞으며 '이명박은 물러가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옛말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백견이 불여일행'이라고...
다음 아고라 광장에 추천을 하고 댓글을 다는거 보다, 직접 촛불집회 나가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게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 보다 몇백배 가치 있는 일이였다고...

사족을 달자면 긴팔옷과 간단한 먹거리와 물을 준비하고 혼자보단 둘이 둘보단 여럿이 나와 집회를 참석하면 좀 덜 힘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