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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낀것

[책]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가끔씩 책을 보내주는 선화가 이번에 보낸 책 중에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이란 제목이 눈에 띄어 읽기 시작하였다. '문인 29인의 춘천 연가' 라는 부제가 달려있고, 저자중에는 우리 결혼식 주례를 맡아주신 분을 포함해 내가 아는 이름이 꽤 보였다.


춘천과 인연이 있던 작가들의 아련한 추억을, 술 한잔 걸치며 담담하게 쓴 글들 같았다. 
바로 앞에 잔디로 된 뜰(?)과 강이 흐르던 서면의 '미스타페오'란 까페(그 당시 뚜벅이족인 관계로 딱 한번 가봤지만, 너무 좋은 기억으로 꼭 다시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봉의산 밑 산토리니 레스토랑, 후평동의 골목길, 명동의 까페 등이 나올때 마다 누룽게이와의 추억이 떠오른다.
 
주말 저녁 강대 후문 앞 '하드락'에서 즐겨 신청했던 팝송들, 춘천 가면 꼭 들르는 '미화네 떡볶이 가게', 그라시아의 '바나나 모카쿨러' , 2ME의 '항아리 과일빙수', 운수대통의 '닭갈비', 도청 앞 '비빔냉면', 그 옆 만두가게, 3류 극장 같았던 '육림극장(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등 춘천에 살진 않았지만, 2년동안 서울과 춘천을 오가며, 누룽게이와 데이트했던 시절의 장소와 음식들이 영상기에 걸린 필름처럼 돌아간다.  후후~

아는 작가의 글을 읽다 대부분 젊은 시절의 추억이기에 혹시나 장인 어른의 추억과 겹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읽어나가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분명 장인 어른 성함이다.


"고2 때였다. 어느 날 3학년 노화남 선배가 나를 찾아와 교실 밖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말했다. '너 내일 학교 대표로 백일장 나가라. 내가 나가게 되어 있는데 하필 모의고사가 있어."
언젠가 한수산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던 거 같기도 한 구절이다.


"특대생 장학금을 받으며 서울로 진학했던 그 선배, 노화남이 어쩌다가 낙향을 하여 또 거기 와서 대학신문을 만들고 있어다"란 구절에서 눈에 밟힌다.


언젠가 술을 마시며, 당신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해 주신적이 있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학교 '사환'으로 일하면서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다닌 이야기며, 책을 사보기 위해서 중국집에서 죽도록 일한 이야기, 춘천 중고서점(얼마전에 사라졌다고 뉴스에 나오던데..)에서 책을 구해 보던 이야기 등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부모님 밑에서 따뜻한 밥 먹고 편하게 자란 내 어린시절의 추억에 비추어 볼때, 내겐 정말 소설이나 영화 같은 이야기들이여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은퇴를 하시고, 송암리의 농부가 되신 장인 어른,
'환경이 좀더 넉넉했더라면~~' 이라는 가정법과 함께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계속 글을 쓰시면서도, 작가로써는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날 저녁, 누룽게이는 피곤함에 하람이와 함께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하람이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깨었다가, 잠시 거실로 나왔다. 내가 위의 구절들을 읽어주자, 부유하지 못한 시절 아빠에 관한 이런 저런 기억을 이야기 하더니, 종이와 펜을 꺼내들고, 편지를 쓴다. 엄마, 아빠에게 ~ 코를 훌쩍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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