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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차여행(?)


짧은 추석연휴지만, 어렵사리 기차표를 구해서 고향집을 가게 되었다.
가기전 부터 걱정이 태산이던 윤경이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하람이 활약(?)은 대단했다. ㅡ,.ㅡ

처음 타 본 지하철에선 낯선 환경과 사람들을 쳐다보느라 멀뚱멀뚱 앉아 있다.
용산역에 도착하여 드디어 기차에 탑승
처음 1시간정도는 잘 앉아있나 싶더니, 걷고 싶어서 안달이다.
샌들을 신겨서 내려주니,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기차 통로를 앞뒤로 왔다 갔다한다.
(기차나 음식점 등 공공장소에서 어린아이 혼자 돌아다니는 광경을 가끔씩 볼때 마다
'부모는 뭐하는데 아이를 방치해두나!' 하고 속으로 욕했던 내가, 그 부모들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계속 앞뒤로 하람이 쫒아다니다가, 사건(?)이 터졌다.
버튼을 눌러야 열리는 자동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바람에 하람이 손이 밀려서 팔이 껴 버렸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ㅡ,.ㅡ 헉
가까스로 하람이 팔을 잡아 뺐지만, 이미 팔엔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결국 피멍이 들었다. 녀석은 놀랐는지 한참을 울어대고, 기차 안에 모든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누룽게인 저쪽 좌석에서 아무것도 모른채 자고 있었다 ㅡ,.ㅡ


사건 이후로 하람이 샌들은 좌석 밑으로 숨겨지고(신발만 보면 걷고 싶어해서), 녀석은 좌석에서 놀 수 밖에 없었다. ㅋㅋ
한번에 여수까지 가는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익산에서 다음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누룽게이는 하람이를 안고, 내가 짐을 가지고 내리는 순간 뭔가 찜찜하다 싶었는데, 확인해 보니
하람이 신발을 기차에 놔두고 내린거다 ㅡ,.ㅡ 오 마이 갓 QTL(눈물나는 OTL)

익산역 분실물 센터로 찾아가서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하고, 해당 기관사에게 전화 연결이 되어서
확인해 보니, 하람이 신발은 그 자리에 있단다. 다음 열차로 여수까지 가니 여수역 분실물 센터에 보관해 달라고 통화를 끝내고 다음 열차를 기다린다. 후~


여수에 도착하자마자 마중 나오신 할아버지 품에 찰싹 안기는 하람이.
(녀석 다 기억하고 있었다. 집에 있는 내내 할머니에겐 뭐라고 쫑알쫑알 하면서 가질 않는다.
예전에 할머니가 장난으로 괴롭히던 기억이 머리에 남아 있나보다 ㅡ,.ㅡ)


여수는 습도가 높아서 후덥지근 그 자체, 아주 한여름 이였다.
그래서인지 아버지, 어머닌 베란다쪽 문과 현관 쪽 문을 양쪽으로 활짝 열어놓은 통에(근데 왜 방충망까지 열어놓으시는지...), 시커먼 모기들(바다 모기라서 그런지 한번 물리면 정말 장난아니게 '/[
나중에 보니 정말 누룽게이 다리는 온통 새빨간 자국들로 피부병 걸린 사람 처럼 보일정도 였다. ㅡ,.ㅡ


자꾸만 밖에 나가고 싶어 징징대는 하람이 때문에, 아침이고 저녁이고, 하루에도 몇번씩 밖을 나간다.
그런 하람이가 무겁지도 않으신지, 아버진 연신 하람아~~를 외치며, 불편하신 몸을 이끌고 녀석을 번쩍 안고 나가신다.
더운 날씨에 한참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아 나가보니, 녀석은 아버지 차 운전석에 앉아서 아버지가 틀어놓은 이미자 노래를 따라부르는 건지, 흥얼거리며 아주 신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요즘 녀석은 우리가 하는건 다 따라 할려고 한다.(그래서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 있나보다)

연휴가 짧아서 오래 있지 못해 많이 서운하신듯, 가까이 살면 자주 뵙고 하람이도 자주 보여드리면 좋은데....

40분을 일찍 나왔는데도 차가 많이 막혀서, 조마조마 했다.
정확히 2분전에 도착, 어머니가 더 급한 마음에 우리 짐을 가지고 플랫폼 안까지 뛰기 시작한다.
다행히 맘을 진정시켜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어머니가 밖에서 나를 부른다.
주머니에서 손을 집어 넣더니, '역에 내려서 택시 타고 가거라!' 하시면서구깃한 만원짜리 두장을 주신다.
외벌이라서 용돈도 많이 드리지 못했는데, 그 돈의 일부를 백수 동생에게 형이 줬다며 주고, 거기에 우리 택시비 까지 주시면.... 흑. 죄송스러울 뿐이다.

매번 조금이라도 더 싸주고 싶어서 냉장고를 뒤지고, 박스를 구해오고 바쁘게 돌아다니신다.
부모 맘이란 이런건가 보다.


돌아오는 기차안 - 플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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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8
하람. 기차에서 심심해하던 차에 자기한테 관심을 보이는 할아버지와 누나를 만나자 신이 났다. 갖고 놀던 장난감 차도 갖다 바치고, 까까를 달라길래 주었더니 자기는 먹지도 않고 누나한테 갖다줘 버린다. 오오.. 이거이거 이러다 커서 여자친구 생기면 뭐든 다 갖다바치는 거 아냐? ㅡ,.ㅡ 그나저나 뭐 먹을 걸 주면 우리한테 자꾸 한 입 먼저 먹어보게 하는데 그게 우릴 공경하는 건지, 아님 우릴 무슨 기미상궁 취급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21:34
기차에서 하던 버릇대로 지하철에서 까불고 돌아다니다가 무션할아버지한테 딱 걸려 갑자기 전의 상실 한 옥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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