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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느낀것

어버이날

멀리 떨어져 계신 부모님에게 의레 돈 부치고, 아침에 전화를 건다.
"곁에서 꽃 한송이 못 달아드려서 죄송하다고......"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란 속담처럼, 멀리 떨어져 가끔 안부 전화하고 용돈 드리는 놈보다,
같이 살면서 살 부비고, 서로 아웅다웅하면서 사는 놈이 더 맘 편하겠단 생각이 든다.
물론 같이 사는 입장이면 또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가까이 계시면 같이 살진 않더라도 자주 찾아뵙고, '9시뉴스'안주 삼아 같이 술도 마시고,
시장도 같이 가고, 맛난 음식도 같이 해 먹으면서, 철없던 어린시절 이야기거리 핑계 삼아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식구들 북쩍대는 처가에 갔다올때 마다, 부모님 생각이 난다.
5녀 1남의 처가댁은 사위들에 손자들까지 북쩍북쩍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데 비해,
무뚝뚝한 아들 놈 둘 낳은 우리 부모님은, 한놈이 멀리 살아서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또 한놈은 아직도 부모님에게 빌붙어서 취업준비를 하는 놈들이니,
딸들처럼 잘 도와드리기를 하나, 조잘조잘 이야기를 잘하길 하나,
거칠고 투박한 손 잡아드리며 사랑한다고 말 한마디를 잘 하길 하나.....
이래서 아들놈들 다 소용없단 소리가 나오나 보다(난 이런소리 젤 싫어햇는데 ㅡ,.ㅡ)
 
1년에 한 두번 명절때만 잠깐 가서 이거저거 잔뜩 배터지게 먹고, 바리바리 싸주시는 음식
고맙습니다 넙쭉 받지는 못할 망정, '두 식구 많이 안 먹는다고' 거절하며,
부모님 맘 헤아리지 못하고 올라오는 못난 놈이다.

점점더 부모님과 같이 보낼 시간은 줄어드는데, 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핑계(?)만 늘어간다.
값진 선물도, 용돈도, 맛난 음식도 좋지만, 이젠 내가 나이가 들고, 부모가 되어가니
곁에 있어드리고 싶은 맘이 아니 곁에 있으면서 면죄부(?)를 받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


요즘은 전화할때 마다 더더욱 답답하다.
별로 할말은 없지만, 좀더 오랬동안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
어머니는 "전화비 많이 나온다. 끊어라!" 하신다.
다른 이야기꺼리가 없어서 쩔쩔매는 내가 한심하다.

"죄송해요!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들놈을 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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